메인 침실과 욕실, 내가 원했던 인테리어 디자인 공개
우리집은 4룸 (침실3개, 거실1) 아파트로 우리나라로 치면 30평정도 규모다. 아무래도 복도식 아파트이다보니, 실평수는 그보다 작은 느낌이 든다. 내가 직접 집을 보았을때 인상은 생각보다 더 작다였다. 보다시피 방은 나란히 일렬로 붙어있고 wet area 화장실, 부엌이 한군데 붙어있는 게 거의 모든 싱가폴 아파트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건 HDB만 그런 것이 아니라, 호텔형 아파트라는 고급 콘도 역시 이런 구조다. 콘도의 경우 최소 8억인데, 3억대인 HDB보다 집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게 이곳의 현실이다.
현관을 열면, 가감없이 거실이 다 보이는 사생활이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요상한 구조. 불행 중 다행은우리집은 복도끝에 있는 집이기때문에 우리 식구말고 우리집 현관앞을 지나갈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에 이정도면 됐다 하고 눈 딱 감고 오케이했던 기억이 있다. 바꿀 수 없다면, 빠른 포기. 그리고 대안을 찾는 것이 속 편하게 살아가는 장수(?) 비법이다 생각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2012년부터 인테리어 잡지를 보며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4룸 HDB 구조와 사이즈
플로어플랜에 그려 본 인테리어 초기 디자인
나의 계획은 이랬다. 욕실이 딸린 메인 침실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다크한 색상으로 페인트를 칠하고 침대, 화장을 할 수 있는 화장대, 그리고 잠잘때 입는 옷과 속옷을 보관할 수 있는 싱글옷장 하나만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집이 작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놓으면, 더 작아보일까봐 최대한 미니멀하게 디자인하자고 생각했다. 욕실의 경우도, 메인침실과 같은 컨셉으로 어두운 느낌을 살리고 조명은 천장에 직접 조명을 달되, 주로 사용하는 조명은 간접조명을 활용하자고 생각했다. 공간이 협소한 관계로, 메인침실의 욕실문은 슬라이딩 도어로 해서 화장실 공간을 최대화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또, 샤워부스도 문을 달지 않고 유리패널로 달 생각이었다. 솔직히, 문을 열자마자 저렇게 딱 정면으로 변기가 있는게 정말 싫었지만, 구조를 바꾸는 건 절대절대 불가능하고 (최소 5년은 기다려야하고) 또, 나중에 바꾸더라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말에 바로 포기. ㅋㅋ 정말 맘에 드는 인테리어가 너무 너무 많았지만, 문과 창문의 위치 그리고 전체적인 방 크기 때문에 다 버리고 그나마 우리집 구조에 적용할 수 있겠다 생각한 침실 인테리어 디자인과 욕실 디자인을 몇개 공유하고자 한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집 침실 인테리어 모음
최종적으로 첫번째와 두번째 사진에서 우리집 방구조에 맞게 안쪽에 싱글 옷장을 놓고, 침대 양쪽에 베드사이드 서랍을 놓는데, 창가쪽 서랍은 화장대겸용으로 만들기로 했다. 사실 화장대를 욕실에 놓는 건 어떨까도 생각했지만 여러가지 상의끝에 (욕실의 크기, 냄새, 위생, 어두운 컨셉, 습한 공간이라는 모든 것을 고려해서 샤워를 하고 바를 토너, 로션, 바디로션 등만 놓기로 하고) 화장대는 침실에 놓기로 했다. 물론 방의 페인트는 다크 그레이나 다크 브라운으로 하고 암막커튼을 달아서 조명을 껐을때 완벽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리고 침실에 TV를 설치할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고민하다가 침대에 누워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벽걸이형으로 달기로 했다.
내가 사랑하는 침실 욕실 이미지들. ^^ 첫번째 사진은 보자마자, 오른쪽 벽 뒤쪽을 샤워부스 공간이라고 가정했을때, 우리집 욕실 구조랑 가장 비슷하고 어두운 컨셉이었던 것까지 정말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언밸런스하게 기울어진 라운드 거울에 간접조명이 들어간 디자인이 너무 맘에 들었다. 이렇게 만들어달라고 하니, 백이면 백 다 거절했다. 저렇게 나온 거울이 없다며 아무도 해주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두번째 사진 (Hafary에서 찍은 사진) 처럼 직사각으로 하고 벽에 붙이는 대신, 간접조명을 주고 벽 공간에서 튀어나온 디자인으로 하기로 했다. 샤워부스 공간은 문이 없이 2/3 크기의 유리패널을 다는 걸로 하고 헤어와 바디제품을 놓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HDB 특성상 타일은 물론 벽을 건드리면 안되기때문에 결국 가벽을 만들어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를 달 생각이었다. 이 중에서 벤치만 빼고 원래 하려고 했던 디자이은 그대로 반영될 수 있었고, 잡다구리한 제품들을 넣을 서랍은 맨 아래 사진처럼 심플하고 작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대부분 인테리어업체들은 보관을 많이 하는 디자인을 추천해주거나 보여줬지만, 수납장을 너무 크게 만들거나 풀사이즈로 짜면 왠지 답답한 느낌이 들거 같아서 서랍의 용도는 휴지 몇개, 핸드솝 리필, 샴푸 리필, 그외 헤어드라이어 등을 넣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최대한 작게 디자인해달라고 했다. 위치는 파이프가 지나가는 안쪽에 사진처럼 해달라고 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수전을 첫번째 사진처럼 벽에서 나오는 방식으로 하고 싶었지만 “HDB”구조상 불가능하다고 해서 뭐.. 패쓰~!
내가 사랑하는 욕실 인테리어 모음
욕실 타일의 경우, 블랙과 다크그레이 색상을 선호하고 타일자체에 자연석처럼 패턴이나 텍스처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해서 조명을 켰을때 고급스럽게 스톤 텍스처가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닥타일은 내버려둘까하다가 그냥 통일하기로 했다. Hafary에 갔을때 고른 타일과 우드벤치용 나무처럼 보이는 타일을 골랐다. 솔직히 맘에 드는건 없어서, 어쩔수없이 그날 있는 것 중에 가장 우리 컨셉에 맞는 색상과 텍스처를 골랐다. 그런데, 고맙게도 신입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며칠뒤 다시 타일샵에 가서 우리가 원하는 컨셉에 어울리는 타일 골라 왓츠앱으로 보내왔다. 우리가 부탁한 것도 아니고, 우린 그냥 빨리 포기할건 포기하자, 우리가 타일을 안고르면 3D가 늦게 나오니깐 일단 고르자 했는데 다시 가서 더 좋은 제안을 해줬다는게 너무 고마웠다. 이사람들은 정말 프로구나. 우린 역시 인테리어업체를 너무 잘 골랐어. 너무 고마워하고 좋아했는데…
1차로 고른 욕실 타일과 최종 결정한 욕실 타일
이제와서 얘기지만, 타일 고르는날 경력자 D는 이모가 돌아가셨다고 오지 않았다. 뭐 그럴수 있다고 생각했기때문에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거짓말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그날 신입 M은 타일샵을 나오면서 우리가 맘에 드는 타일을 고르지 못해 아쉬워하자, “난 너네 디자인이 너무 맘에 들어. 그런데 나는 내맘대로 할수 있는게 없어”라고 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는 그게 타일이 맘에 드는 게 없어서 한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경력자와 신입이 서로 사이가 안좋았다는 걸 무려 4개월이 지난 후에야 알게되었다는. 이 두사람의 문제는 결국 우리집 인테리어 지연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쳐서 1주일만에 나온다는 3D는 5주가 걸려서 나왔고, 2015년 11월초 3D작업이 들어가서 2016년 3월이 되어서야 3D가 마무리되는 대참사를 나았다. 더 웃긴 사실은.. 한참 일이 진행되고 있던 시점에 경력자 D가 남편한테 전화해서는 “Are you okay with M?”라고 뜬금없이 물어봤다고 한다. 이게 뭔소리인가… 자다 봉창두드리는것도 아니고. 우린 타일 일때문에 이 인테리어회사에 대한 신뢰도와 M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되어있던 시점이어서 3D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도, 뭔가 더 잘하려고 늦어지는거겠지 하고 5주를 기다리는 동안 화 한번 내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경력자와 신입이 서로 코드가 안맞았는지 우리가 전달한 내용을 각자의 방식으로 일처리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에 경력자는 어느시점부터 네가 해봤자 나없이 뭘 하겠어 하고 손을 놓은 눈치였다. 우리 부부는 필요한 자료를 보내거나 수정사항을 보낼때 단체톡이나 단체 메일을 통해서 전달했기때문에 모두가 전달사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개인적인 감정 싸움에 우리가 고스란히 피해를 본 케이스였다. 3D는 계속해서 수정사항이 하나도 고치지 않은 상태로 오거나 10개를 수정 요청하면 2~3개만 고쳐서 보내기를 반복해서 우리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정말 더 어이없는 건, 시공이 들어가고나서는 물이 새거나 타일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해 만남을 요청하자 경력자가 혼자 나타나서는 신입을 흉을 보기 시작하는 것. 3D 작업을 너무 천천히 한다는 둥, 전달사항을 자기한테 말 하지 않는다는 둥. 자기는 서둘러 하라고 화를 냈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3D 참사는 다 신입 잘못이라는 식이었다. 자기가 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라고 하고 내가 이제부터 전담을 할테니 걱정말란다. 어이없는게 언제부터 지맘대로 손을 뗐는지 우린 몰랐고, 계약도 경락자 지가 해놓고 실수는 다 신입 잘못으로 돌리고. 참나… 그래서 전달사항은 우리가 왓츠앱으로 하지 않았냐 단체톡에 너도 있었고 메일을 보낼때도 너한테도 보냈는데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갑자기 조용. 아무튼 미안하다며 다시는 이런일이 없을거고 신입을 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고 이제부터 자기가 담당하겠단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상담과 계약할때 경력자와 주로 대화를 나눴고 신입은 거의 고개만 끄덕이는 수준이었는데.. 그럼 지금까지 우리 프로젝트를 쌩초자인 신입한테 전담시켰다는거? 그리고 지금까지 단체 왓츠앱을 만든것도 경력자였고, 메일 답장도 우리남편과 경력자가 주도 했는데 대체 언제부터 손을 떼고 이제와서 누구를 배제하겠다는 건지. 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우린 신입이 일하는 태도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적 없다. 누구를 빼고 말고는 회사 내부에서 알아서 결정하고 그에 따르겠지만, 우리가 신입 M이 빠지는걸 바라지는 않는다고 했다. 암튼, 찝찝한 마음으로 집으로 와서 뭐가 됐든 우리가 더이상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음 하는 바람뿐이었다. 물론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