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싱가폴에서 성공적으로 깻잎 농사를 마친 기념으로 나의 도시농사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해요.
싱가폴에 살다보면, 거의 모든 신선제품 (과일, 야채, 육류, 생선 등)이 수입품죠. 그래도 육로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말레이시아나나 항공으로 1시간 정도의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해오기때문에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에서 가져오는 수준이라 거의 신선도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신선도를 떠나서,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채소가 해외에서는 구입하기 어렵거나 너무 비싸다는게 단점이에요. 특히 깻잎은 해외에서 정말 구하기 힘든 채소 중에 하나잖아요. 싱가폴은 워낙 한국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깻잎도 판매하는 한인 슈퍼마켓이 있긴 하지만 값이 비싸고 깻잎이 들여오는 시기도 한달에 한번? 정도 이기때문에 막상 사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고기를 싸 먹을때 쌈채소를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내가 먹고 싶을때 바로 먹을 수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에 도시농부의 길을 걷기로 했어요. ^^
작년에 화분 3개에 깻잎을 키워보았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앞으로 대로변이 있고 뒤로는 아파트가 보이는 복도식 아파트 구조 (사실 대부분의 싱가폴 HDB와 콘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햇볕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서 1층에 화분을 두고 새싹을 띄우다가 어느정도 자란 깻잎을 화분에 분갈이 한 후, 집 앞에 복도에서 키우기 시작했어요. 중간중간에 비료도 주고, 그렇게 무럭무럭 자란 깻잎은 20센티 정도까지 자라는 듯 보였지만 곧 성장을 멈춘듯 보였어요. 아무래도 복도에서 키우다보니 햇볕이 부족한게 원인인 것으로 보였어요.

두번째 도전, 깻잎 농사

그래서 올해 다시 깻잎을 키우기 시작 했어요. 한번 깻잎을 키운 경험에 비추어볼때, 깻잎을 싱가폴에서 키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랍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서 내가 성공시킨 깻잎 농사의 노하우를 공유해보겠습니다.
첫째,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키워야해요. 아파트 1층은 최소 4~5시간의 강한 햇볕을 받을 수 있는 곳. 아침 9~10시에 햇볕이 쨍하게 내려쬐고 오후 2시로 넘어가면 그늘이 진답니다. 이번 깻잎 농사에서 가장 큰 실수는 너무 많은 깨를 뿌렸다는 것. 설마 뿌린대로 다 나겠어? 하는 생각에 깨를 엄청 뿌렸는데, 그만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할 정도로 싹이 나서 의도치 않게 농부의 길을 걷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100개도 넘어보이는… 어마무지한 양. 이로 인해, 화분을 18개나 구입하는 대작농의 길을 걷게 되었죠. 3~4센티 자란 새싹을 하나 하나 다시 옮겨 담아야 하는 상황 발생.
<깨를 뿌린 후, 2주차 모습>

분갈이 하는 방법

분갈이 할때 주의할 점은 아직 새싹이기때문에 생명력이 약하니깐, 뿌리가 다치지 않게 무지 조심해야 해요. 인터넷과 유투브를 보니 분갈이를 할때 물을 흥건하게 주면서 뿌리가 다치지 않게 흙과 분리할 수 있다고 나와 있어요. 하지만 내가 실제로 해본 결과, 흙이 물을 먹어 무거워지면서 분리하기 더 힘들어진 느낌이었답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우선, 흙이 어느정도 건조해지도록 내버려 둔 후에, 분갈이한 깻잎을 잠시 올려놓을 돗자리를 깔았어요. 최대한 뿌리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화분의 가장자리 (모서리)부분을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뜨듯이 원예용 소형삽으로 화분바닥까지 떠서 돗자리에 옮겨 놓았어요. 아직 뿌리가 깊지 않아서 엉켜있지 않고 일자로 쭉 뻗은 모양이었어요. 또 흙이 건조해서 돗자리에 옮기는 순간 흙을 쉽게 털어낼 수 있었어요. 흙에 물을 주고 분갈이를 하는 것보다 훨씬 분리가 쉬웠어요. 대신, 분리한 새싹을 흙과 분리해서 물이 담긴 납작한 플레이트에 옮겨 놓았답니다.
<1차 분갈이 후 모습>
여기서 잠깐! 화분에는 물이 빠지도록 구멍이 나 있어요. 만약 그대로 흙을 뿌리면 흙이 다 구멍사이로 흘러나올 수 밖에 없겠죠. 고로, 화분 바닥에는 레카볼 혹은 작은 돌맹이를 깔고 그 위에 흙으로 덮고 씨를 뿌리는 순서로 해야 한답니다. 씨를 얼마나 깊게 혹은 얕게 뿌려야 되냐고 물어본 분이 있었어요. 씨를 뿌리고 흙으로 살짝 덮는다는 느낌이면 충분해요.  이마저도 애매하다면, 한 1센티 정도깊이면 충분. 너무 깊게 넣거나 흙을 꾹꾹 누르면, 새싹이 나기 힘들거든요.
햇볕만큼 중요한게 바로 영양이 풍부한 토양, 즉 흙. 싱가폴은 기본적으로 토양이 그렇게 좋지 않은 편이에요. 그래서 흙은 화훼단지에 가서 원예용 흙을 사거나 NTUC, 자이언트에서 원예용 흙을 구매해서 썼어요. 원예용 흙은 보통 $ 3~5달러 정도에 판매하고 있어요. 내가 사용한 옆으로 긴 화분 (30센티)은 5센티 새싹을 기준으로 레카볼을 깔고 흙을 뿌렸을때 포장된 원예용 흙을 70%는 써야 화분의 반이 겨우 차는 정도였어요. 나중에 깨우친 사실은 새싹이 됐을때부터 이게 완전히 성장한 깻잎을 고려해서 분갈이를 해야 2차, 3차 분갈이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답니다. 나같은 경우, 100개가 넘는 새싹을 20개 정도로 나눠 옮기는 1차 분갈이 후, 저 새싹이 10센티 이상 자라는 바람에 2~3주 만에 또 분갈이를 해줘야하는 사태가 벌어졌어요. 이 모든 과정을 다 거치고 나서 깨달은 바는, 30센티 화분을 기준으로 깻잎 8개를 옮겨심는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깨는 (경험상, 10개를 뿌리면 9개가 싹을 틔우는 편) 성공률이 높은 작물이기 때문에 잘 계산해서 화분과 흙을 준비하는 것이 좋고, 분갈이 할때는 새싹이 5센티 정도 자라면 30센티 옆으로 긴 화분을 기준으로 8개 정도 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에요. 운이 좋게 내가 사는 HDB는 스카이파크라고 해서 2개동 위에 옥상이 개방되어 있어서 무려 18개나 되는 화분을 옥상에서 키울 수 있었어요. 완전히 성장한 깻잎은 30센티 정도 이상 키가 컸고, 그렇게 자라는 동안 한 깻잎 줄기에서 3~4번 정도 깻잎을 따서 먹을 수 있었답니다.
5~6주차 모습 : 너무 많은 깻잎이 한 화분에서 비슷한 속도로 자라기때문에 흙의 영양분도 금방 빠지고, 햇볕도 서로 가려서 좋지 않다. 그래서 결국 2차 분갈이를 해야했다.
8주차 모습 : 같은 화분에서도 자라는 속도가 약간씩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빨리 자라는 깻잎이 다른 깻잎의 햇볕을 가려서 그런지 나중에는 성장속도가 확연히 차이가 지기 시작했다.
10주차 모습 : 손바닥만하게 자란 깻잎. 선명한 초록색! 향이 장난이 아님.

비료 : 빛과 그림자

한 화분에서 8개 깻잎을 키우고, 그게 두달 정도가 되니 30센티 이상으로 자라다 보니 흙에도 영양분이 빠지기 마련. 그래서 영양분이 빠진만큼 보충을 해줘야 깻잎이 잘 자랄 수 있어요. 처음 깻잎을 키웠을때는 음식물쓰레기(건조 분쇄해주는 음식물처리기 카라를 이용)를 흙 안에 깊게 넣어주었어요. 덕분에 엄청 잘 자랐지만, 문제는… 구더기도 같이 자랐다는 사실. 정말 어디서 이게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분갈이 하면서 화분을 뒤집었을때 새끼 손가락만하게 살이 오른 구더기가 3마리나 있었어요. 정말 징그러워 죽는 줄. 결국 싱가폴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가지고 (아무리 건조 분쇄한 것이라 할지라도) 비료로 쓰면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인터넷을 열심히 찾아보니, 생활 속 비료 중에 벌레가 꼬이지 않는 것으로 달걀 껍질을 갈아서 넣는 방법이 있다고 나왔길래 그뒤로는 달걀 껍질을 모아서 분쇄기로 곱게 갈아서 흙에 뿌려주는 걸로 대신했어요. 덕분에 흙은 비옥했고, 깻잎을 무럭무럭 자라주었고, 벌레는 한마디로 생기지 않았어요.

얼마나 자주 물을 줘야할까?

씨를 뿌리고 새싹이 날때까지는 하루에 한번씩 흥건하게 물을 줬어요. 흙이 항상 촉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새싹이 나고 어느정도 자라면 (5센티),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좋지 않아요.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새싹이 웃자라게 되는데, 줄기는 얇은데 위로만 키가 큰 모양으로 자란다는 것. 이렇게 되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고 중간에 뿌리가 썩어 죽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물을 대체 어느정도 줘야 적당한 것일까… 경험상으로, 키우는 작물이 새싹인 경우는 횟수로 치자면 하루에 한번 혹은 겉흙이 촉촉하면 물을 주지 않아도 되요. 하루가 지났는데, 겉흙이 아직도 촉촉하다 그렇다면 물을 굳이 주지 않아도 된답니다. 어느정도 자라면, 물을 하루 주지 않는다고 금세 죽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물을 줄때는 잎에 주지 말고 흙에 물을 줘야한다. 간혹, 잎에 물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잎사귀들은 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요.

2월 중순에 깨를 뿌리고, 2월 말에 새싹이 나기 시작해서, 3월에 중순에 첫 수확(?)을 하고 4월 중순까지 수확의 기쁨을 누렸으니 제법 성공한 농사라고 자부하고 있슴돠. ^^ 한번 따면 30~40장은 기본이고 그렇게 3번 정도 풍성한 수확을 얻고 4번째부터는 10~20장 정도 수확한 것을 마지막으로 깻잎에 꽃이 피더니 이내 깨가 달리더군요. 사실 깻잎에 꽃이 달린 걸 처음봤는데, 깻잎 꽃대를 잘라서 부침가루에 묻혀서 튀겨 먹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꽃대를 잘라서 튀겨먹기도 했답니당.
꽃이 피고 꽃잎이 떨어지면, 깨가 열고 그 부분이 까맣게 되요. 손바닥으로 비비면 깨가 우수수 쏟아진답니다. 그 깨를 가지고 또 농사를 지으면 되구요.

불청객, 달팽이의 습격

깻잎을 키우다보니, 달팽이가 깻잎을 너무 뜯어먹어서 진짜 고생했어요. 하루에 한번씩 옥상에 올라갔는데 정말 기본 10~20장은 뜯어먹으니 농사를 망치는 주 원인이었죠. 그게 다 멀쩡하게 자랐으면 깻잎은 더 많이 수확했을텐데. 결국 참다가 못해서 커피가루 화분주위에 뿌리고 달팽이가 싫어하는 천연퇴치제 뿌렸더니 확실히 나아졌어요.

 

새로운 취미_아파트 옥상에서 하는 도시농부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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