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영주권을 받고서야 신청할 수 있는 HDB 청약. 영주권이 나오지 않으면 남편이 싱가폴 시민권자라해도 신청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ROM을 서둘러 했고, 영주권을 받자마자 HDB를 알아보고 맘에 드는 지역의 HDB를 신청해서 3번만에 당첨이 되었다. 우리나라로 개념으로 굳이 얘기하자면, 임대아파트인데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임대아파트에는 저소득층, 경제적 약자에게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는 느낌이라면, 싱가폴의 HDB는 우리나라처럼 정부 소유는 맞으나 99년이라는 임대 제한이 있고 가격도 침실  3개 기준 3억이 넘는다.

가끔 지인 중에 “싱가폴은 국민한테 아파트를 공짜로 준다며?” 하시는데, 이거 완전 잘못된 정보임을 강조하고 싶다.싱가폴이 어떤 나라인데 공짜는 무슨.  이렇게 오해하는 이유는 아파트를 결제 방식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명, CPF라고 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연금?) 제도 덕분에 느낌상 공짜인거 같을 뿐, 공짜는 절대 아니다. CPF에 우리나라 연금처럼 월급의 일정 부분이 쌓이는데,  HDB를 받으면 집값이  CPF 통장에서 빠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부모님이 집을 마련해주지 않는 이상, 대부분 은행 대출을 받기때문에, 월급에서 별도로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생활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빠듯한 느낌이 들지만, 싱가폴은 월급은 건들이지 않아도 CPF 통장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집 마련이 되었다고 갑자기 내가 받는 월급이 줄지 않는 것. CPF는 연금개념이니까 퇴직 후, 자신의 목돈이 되는데,  거기서 빠져나가니 어차피 도긴개긴이다.  보통 CPF에서 한달에 얼마씩 빠져나갈 건지, 몇년동안 낼 건지 이런걸 부부가 설정하면 된다.

HDB에도 뭐 고급형 이런게 있는데, 고급형 보고 완전 뒤로 자빠지는 줄. 더 고급지게 한다는 이유로, 실제 평수가 엄청 줄어서 방이 꼬딱지만하고 엄청 답답해보인다.  일본 캡슐호텔에 온 느낌이랄까. 비싼 박스에서 자는 느낌. ㅋㅋ  고급형의 경우 보통  HDB에 비해 2~30% 더 비싼 것 같은데, 대체 돈을 더 주고 왜 고급형을 사야하는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HDB 외, 싱가폴에 사는 대부분 한인들은 콘도에 사는 것을 선호하는데, 여기서 콘도란 호텔형 아파트? 브랜드 아파트 이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일단, HDB와 다른 점은 보안 (경비실)이 있고, 수영장, 사우나, BBQ장, 피트니스, 세미나실, 요가나 각종 운동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물론 어떤 콘도냐에 따라, 어디 위치했느냐에 따라 콘도도 천차만별이지만, HDB가 보통 침실 3개 기준에 3억~4억 한다면,  콘도는 보통 최소 2배~3배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디자인면에서도 HDB보다 낫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역시 도긴개긴이다. 여긴 어딜가나 집 구조가 매우 이상하다.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어딘가 모르게 집이 답답한 느낌? 이건 그게 콘도든 HDB든 큰 차이가 없었다. 솔직히, 오래전에 지은 HDB가 거실이 넓고 방이 커서 더 시원시원한 느낌이고 요새 10년 사이에 지은 집들은 거의 모두 다 엄청 답답해보이고, 왜 집을 이따위로 지었지? 내가 설계해도 이보다 낫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암튼, 시댁에서 살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아 드디어 새집이 당첨되고  4년이 지나서야 이사갈 수 있게 되었다.고~~~ 착각했다. 집구조는 이미 알고 있었기때문에, 2~3년 동안 인테리어 잡지를 보고 각종 인테리어 어플들을 꾸준히 보면서 우리에게 적합한 인테리어 이미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그 사진의 반은 아파트 구조에 맞지 않는 것들이 있지만, 일단 무조건 모아서 인테리어디자이너(여기선 줄여서 아이디 (I.D.)라고 부름) 에게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너무 일찍부터 견적을 물어봐서 그런지 대부분 견적을 보내준다고 하고 안보내준다. 열쇠는 받았냐, 언제 입주하냐 이런 질문을 한 뒤에 아 당장 인테리어를 시작할 얘들이 아니구나 판단하면 그냥 개무시한다. 당장 돈이 안되면, 여긴 고객이 아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머리를 굴려 1년 남짓 남은 것처럼 얘기를 해서 견적을 받기 시작했다. 대략적으로 침실 3개의 4룸 아파트 (여긴 거실을 리빙”룸”으로 치기때문에)는 보통 한화로 5천만원의 레노베이션 비용이 든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남편이 워낙 검색의 왕이기 때문에 다른사람들이 올린 글을 보고 알려줌. 우리는 가족 계획이 단촐해서 침실1개, 화장실1개는 공사를 하지 않기로 하고, 침실2개, 거실, 침실에 딸린 화장실, 부엌 이렇게만 견적을 넣었다. 그리고 그동안 수집한 인테리어 정보를 총동원해 디자이너의 디자인이 필요없을 만큼 공간마다 매우 구체적인 디자인을 계획한 상태였으므로 디자인 비용이 빠지고, 침실1개, 화장실1개 공사를 안하기 때문에 쌀거다 예상했지만 역시 5천만원이 나왔다.

조금 더 싸면 4천만원대도 있었지만, 어차피 얼마 차이 안나는거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입주 6개월전부터 본격적으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는데, 남편의 친구가 소개해준 인테리어업체와 우리가 알아본 업체 2군데로 압축이 되었다. 거의 친구가 소개해준 업체로 할 뻔했는데, 계약을 하기도 전에 너무 계약을 유도하는 바람에 아웃. 사실 친구가 소개해준 것도, 그 친구가 인테리어업체에 선정된 오픈하우스 (홍보용으로 인테리어를 공짜로 해줌)였기 때문에 친구의 추천을 100% 신뢰할 수 없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오픈하우스란, 가끔 인테리어 업체들이 1~2년에 한번씩 고객을 선정해서 자기네가 새롭게 디자인한 스타일대로 인테리어하는 조건으로 무료로 인테리어를 해주는 집이 있는데, 이건 고객의 취향 이런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인테리어 업체가 100% 알아서 한다.  그리고 집이 완성되면, 다른 사람들이 집을 구경할 수 있도록 오픈해야 한다. 뭐 평생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됨. 그리고, 주변에 많이 추천해줄 것을 요청받는다. 뭐 5천만원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니니, 이런 케이스는 운이 좋다고 볼 수도 있다.

나의 업체 선정기준은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HDB 특성상 정부의 승인이 안되서 원하는 디자인대로 인테리어가 불가능한 부분은 어떤식으로 풀어갈 수 있는지의 능력이 더 중요했다.  여기서 “원하는 디자인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생각하실지 몰라 말씀드리자면, 여긴 자기네가 구상한, 설계한, 그리고 지금까지 작업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면 무조건 다 도전이다.  고로,  고난이도의 인테리어가 아니라 하더라도,  자기네가 그전에 해보지 않았다면 아예 그건 안된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거나 가격이 비싸지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 사실을 진작 알게 되었다면, 아마 난 싱가폴에서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들고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절대. 네버! 앞으로 써 내려갈 악몽같은 인테리어 에피소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지막으로, 인테리어 업자들과 싸우는 일은 내가 현지인이 아니여서 당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기는 인테리어를 하면, 8~90%는 업자들하고 대판 싸운다는 말이 있다.  그럼 나머지 20%의 경우는?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고 그냥 무조건 당하는 사람이거나 오픈하우스로 공짜로 인테리어를 한 케이스만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 역시 몰라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일들을 공유해서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이렇게 당한 이유도 아무도 이런 얘기를 미리 해주지 않았기때문에 이런 거지같은 꼴을 당했다는 것에 분개하며,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싱가폴에서 드디어 마련한 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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